"완벽주의 집착 버리고 긴장까지 즐기는 골프 할래요"

입력 2017-03-01 18:52  

도전 2017! (10) 'KLPGA 그린퀸' 꿈꾸는 고진영

올초 하이트진로에 '새 둥지' 베트남서 하루 12시간 맹훈
스윙 리듬·궤도 바꿔가며 회전축 잡는 데 연습 초점

독서·동료들과 토론 통해 마음 다스리는 법 깨달아
시즌 목표는 60타대 타수



[ 이관우 기자 ] “아이고, 한 5㎏은 찐 것 같은데, 뭐, 괜찮아요. 마음이 평온해졌으니까.”

저녁식사를 막 마친 고진영(22·하이트진로·사진)의 목소리는 경쾌했다. 딱 부러지면서도 자유분방한 듯한, 특유의 낙천성이 수화기를 타고 넘어왔다.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대상을 탄 그는 올초 하이트진로에 새 둥지를 틀자마자 베트남 전지훈련을 떠났다. 1일 전화로 만난 그는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훈련을 열심히 했지만 찬찬히 자신을 돌아보는 데에도 시간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하루 일과는 신병훈련소처럼 빡빡하기 이를 데 없다. 오전 5시40분 기상-6시10분 식사-7시 연습라운드-11시30분 점심-오후 1시 쇼트게임 연습-4시 체력 훈련-5시30분 식사-7시 수영….

동계훈련에서 가장 공들인 부분은 스윙의 안정성이다. 고진영은 “체력이 떨어지면 스윙 회전축과 머리가 흔들렸는데, 스윙 리듬과 궤도를 조금씩 조정하면서 많이 고쳤다”고 말했다. 팔다리가 유난히 긴 고진영의 스윙은 수려하면서도 정교해 팬층이 두텁다. 흠잡기 어려운 ‘교과서’ 스윙을 그는 한 번도 맘에 든다고 말한 적이 없다. 매년 스윙을 바꾸고 또 바꿨다. 겨우내 그는 이 ‘완벽주의의 족쇄’를 벗어던진 듯했다.

“대회 코스공략 시나리오를 치밀하게 짜놓지 않으면 불안했고, 실제 계획대로 샷이 안 되면 잠을 못 자는 스타일이었습니다. 그게 제 골프를 가로막는 벽이었다는 걸 분명히 깨달았다는 게 가장 큰 수확이 아닌가 싶어요.”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다는 설명이다. 다 잡았던 우승을 선배 박인비(29)에게 헌납했던 2015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브리티시여자오픈은 샷의 안정성과 멘탈의 중요성에 눈뜬 계기였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단독 선두를 달리던 그는 16번홀(파4)에서 해저드에 공을 빠뜨려 더블보기를 범했다.

“처음엔 실망이 컸는데 지금은 ‘아! 내 실력이 딱 거기까지였구나’ 하고 느껴요. 오히려 그때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덜컥 우승해 LPGA에 직행했더라면 얼마나 아찔한 일들이 많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고진영은 매주 한두 권의 책을 읽는다. 베트남 훈련에도 10권을 챙겨간 그는 룸메이트인 오지현(21) 조정민(23) 등 선후배들이 가져온 책을 모아 숙소에 ‘작은 도서관’을 만들었다. 달라이 라마의 행복 하워드의 선물, 알랭 드 보통이 쓴 불안은 그가 최근 탐독한 책들이다. 토요일엔 훈련 대신 ‘소맥’(소주+맥주) 한 잔을 놓고 책과 골프, 인생 등 다양한 주제로 동료들과 토론을 즐겼다.

“3년 정도 투어를 뛰어보니까 결국 (중요한 건)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처음엔 골프만 해선 살 수 없을 거란 생각에 책읽기를 시작했는데 지금은 없어서는 안 되는 일상이자 마음을 다스려주는 골프의 한 축이 된 것 같습니다.”

고진영은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데뷔 첫해 상금순위 8위, 이듬해 5위, 지난해 2위다. 올해 상금왕에 욕심이 가는 건 당연한 순서. 강력한 경쟁자였던 ‘1인자’ 박성현(24)의 LPGA행은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성현이 언니는 저에게 동기부여가 되는 존재였어요. 기를 쓰고 따라가다 보니 저도 실력이 확 늘었거든요. 하지만 투어엔 여전히 너무 많은 강자들이 숨어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마음을 놓을 수도 없고 놔서도 안 되고요. 결국은 자신과의 싸움이니까.”

올해 목표는 평균 60타대 진입이다. 지난해 기록한 70.41타로는 국내용 챔피언을 넘어 큰 무대를 호령하기엔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조금씩 단단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앞으론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긴장감도 골프가 주는 행복한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즐기려고요. 우승은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을까요?”

"목표를 향해 제대로 섰는지 캐디한테 봐달라고 하세요"

아마추어 타수 줄이는'꿀팁'
'정렬과 조준'이 가장 중요…라운드 전 스트레칭 필수

“프로들도 캐디에게 뒤를 좀 봐달라고 하는데 아마추어들은 도움받을 생각을 잘 안 하더라고요.”

고진영에게 초봄 첫 라운드를 앞둔 아마추어들이 귀담아들을 만한 팁을 달라고 했더니 청산유수다. 세 가지가 있단다.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중요한 게 정렬(alignment)과 조준(aiming)이다. 한두 홀은 제대로 하다가도 홀이 거듭될수록 엉뚱한 곳으로 점점 몸을 비틀고 돌아서는 아마추어가 80~90%쯤 된다는 것이다.

고진영은 “공과 목표물을 잇는 가상의 선을 긋고 이 선에 어깨와 엉덩이, 무릎 등을 평행하게 맞추는 걸 잊어버리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래도 목표물을 힐끗힐끗 보다 몸이 또 돌아갈 수 있으니 캐디나 동반자에게 전·후반 한 번쯤은 목표물을 향해 제대로 섰는지 뒤에서 봐달라고 하는 게 좋다”고 했다.

두 번째가 스트레칭이다.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줘 부상을 줄일 뿐만 아니라 비거리도 늘어난다는 것. 그는 “한 대학 연구소의 실험 결과 5분 스트레칭이 6야드 안팎, 30분 스트레칭이 최대 15야드까지 늘려줬다는 보고가 있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가 백스윙이다. 백스윙이 완성되지도 않았는데 다운스윙이 급하게 시작되면 십중팔구 슬라이스가 난다는 지적이다. 그는 “백스윙을 완성한 뒤 1초만 쉬었다가 다운스윙을 한다고 생각하면 방향성이 좋아진다”고 조언했다.

■ 고진영 프로는…

▷1995년 7월7일 서울 출생

▷키 168㎝

▷용마초-세화여중-은광여고 -성균관대 스포츠과학부 졸업

▷10세 때 골프 입문

▷골프국가대표(2013년)

▷2014년 KLPGA 투어 데뷔

▷통산 7승(메이저 1승)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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